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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in & Portugal, '12

[순례자의 길][Day 4] 리바디소(Rivadiso) - 몬테 도 고조(Monte do Gozo)

4th Day, April 20 2013


네 번째 날이다.

이제 순례자의 길도 오늘하고, 내일이면 다 끝이 난다.

즐거웠던 리바디소에서의 기억을 뒤로 한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 또 걸었다.


다음 목적지는 Pedrouzo라는 도시이다.


역시나 길은 젖어있다.


@ from Rivadiso to Pedrouzo


@ from Rivadiso to Pedrouzo


리바디소는 도시가 아니다.

리바디소에서 순례자의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면, 

Arzua라는 조그만 도시가 있다.

오늘의 시작은 시골길에서 조그만 더가서 도시가 나왔다.

워밍웜을 하는 도중에 도착한 도시라 너무 쉬고 싶었다.

날씨도 꾸리꾸리하고, 아침밥을 못먹을터라,

어느 바에 가서, 

카페 콘 렌체와 빵 하나를 먹었다.


@Arzua


정신을 차리고, 다시 길을 걷는다.


@ from Rivadiso to Pedrouzo


@ from Rivadiso to Pedrouzo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의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에는,

아마 거의다 낙서가 있다.

멍때리고 걷고 있다가, 아래 사진과 같은 이정표를 보면,

순간적으로, '아 뭐지' 하면서 깜짝놀란다.

여태 걸은게 있는데, 127km라니!, 물론 낙서인걸 알지만,

순간적으로 아차 싶은 마음에,

다시 정신을 차리며 앞을 향해 걷는다.


@ from Rivadiso to Pedrouzo


@ from Rivadiso to Pedrouzo


"순례자 길"에 많이 적응한것 같다.

이제 중간 중간에 나오는 "바르"같은 곳에는 왠만하면 들렀다.

이곳도 그 중 하나인데,

정말 인상 깊었던 것은,

바르 내부가 너무 활기찼었다.


아마 오랜지 쥬스 하나를 먹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초콜릿 몇개를 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도장을 찍으려고, 도장에 대해서 물으니,

주인 아주머니가(주인이 아닐 수도 있다...),


순례자 여권(크레덴셜)에 직접 펜으로 그림을 그려줬다.

그것도 빤짝이는 잉크의 펜으로 말이다.

너무 이뻤고, 고마웠다.


순례자 여권에서, 스탬프는 내가 걸은 일정 중간 중간의 소중한 추억과도 같은 것인데,

비록 110km 정도에서 알베르게를 포함해 스탬프가 한 20개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스탬프인것 같다.


그리고, 사진 우측에 있는 아저씨를 첨 만나게 되는 행운도 있었다.

순례자의 길 피크 시기에는 동양인들이 어느정도 있는데,

이 시기에는 별로 없어서 그런지, 나에게 호기심이 있었나보다.

여러 대화를 했다.

대화 내용이 기억이 나면 좋았을 텐데, 그 당시에는 조금 쉬고 다시 걸으려 했는데,

계속 대화를 해서 조금 지체된다는 생각에 다소 부담스러웠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동료도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왜이리 급하게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 from Rivadiso to Pedrouzo


이 아저씨는 동료가 있었다. 

Elizabeth Jennings라는 아주머니였다.

둘이 자전거를 타고 짧게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서 그런지, 나보다 훨씬 빠르게 나아갔다.

그래서 그런지, 중간 중간 바르같은데에서 자주 휴식을 하며,

절약한 이동시간을 여유와 휴식에 사용하는 것 같았다.


@ from Rivadiso to Pedrouzo


나는 카톨릭 신자가 아니다.

게다가 종교가 없기 때문에, 나에게 "순례자의 길"은 종교적인 의미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순례자의 길을 걷다가 돌아가신 사람들을 위한 비석 같은 것들을 볼때면,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이렇게 중요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내리는 가치판단에 너무 확신하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


@ from Rivadiso to Pedrouzo


@ from Rivadiso to Pedrouzo


@ from Rivadiso to Pedrouzo


@ from Rivadiso to Pedrouzo


열심히 걷고 걸으니, 자그만한 마을이 하나 나왔다.

그리고, 아까 "바르"에서 본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다시 만났다.

그 아저씨가 나에게 와인 사줄테니 저기 바르에 가서 와인 한잔 하자고 한다.

솔찍히 이런 호의는 첨 받아봤고, 낯설어서, 쭈뼛쭈뼛했는데,

결국 따라갔다.


나는 화이트 와인은 시킨것 같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와인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이 아저씨는 아일랜드에서 왔고,

아주머니는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왔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다.


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했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오하이오 주에서 왔다고 하고, 간호사라고 해서,

나는 아마도 가을에 오하이오 주로 유학을 갈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어디에 계시는지 물으니, 콜럼버스라 한다.


진짜 신기했다. 그래서 내 이메일 주소를 건네주고,

나는 그 아주머니의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를 건네 받았다.


세상 좁다.

인간은 참 고독한 동물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우연치 않게 연결된 것들을 생각해보면, 

고독한 동시에 연이 있는 동물인것 같다.


잠시 대화를 마친 후, 다시, 각자의 길을 떠났다.


@ from Rivadiso to Pedrouzo


이제 20km 남았다. 

4일째 멍청한 짓을 했다.

나는 Pedrouzo에 서 숙박을 해야 하는데,

Pedrouzo에서 공립 알베르게를 찾다가,

막 눈에 띄지 않아서, 언젠간 나오겠지 하면서, 걷다가, Pedrouzo를 지나가게 되었다.

아마 지나가면서도, 

기본적으로 짜여진 프랑스의 길의 일정(35일 정도에 맞춘 코스)의 지도를 보면,

하루의 일정에 대한 루트에서도, 중간 중간에 알베르게가 존재했다.

그래서, 이곳 아니어도 조금만 더 걸으면 알베르게가 나오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지나쳐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 from Rivadiso to Pedrouzo


Pedrouzo에서 벋어나, 다시 시골길로 향하는 이정표다.

아차 싶었어야 했는데,

그냥 들어갔다.

그리고 계속 걸었다.


@ from Pedrouzo to Monte do Gozo


@ from Pedrouzo to Monte do Gozo


@ from Pedrouzo to Monte do Gozo


정말 지쳤다. 예상보다 걷는 걸이도 오바됬고,

점심 먹을 시간은 이미 지났다.

알베르게가 언제나오나 싶었다.

위에 숲에서 나오고, 조금 더 걸으니 조그만 마을(Amenal)이 나왔다.


알베르게가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휴대폰으로 예전에 받아둔 순례자의 길 지도를 보니,

알고보니, 알베르게는 없었다.


망했다. 돌아가긴 뭐했다.

돌아가면 5km 정도는 돌아가는데...

돌아가는 거는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알베르게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게 한 10km 는 더 가야했다.

그래서, 여기서 점심을 먹었다.

저렴하게 하몽 들은 보까디요랑 오렌지 쥬스이다.

에고, 나름 호텔이라고, 시설이 괜찮았다. 

그래도 그래봐야 정말 시골의 호텔이었다.


휴대폰 충전도 하고, 화장실 가서 정비좀 하고,

숨좀 고르고, 지도를 보니, 앞이 깜깜했다.

도착하면 한 저녁 6시 될 것 같았다. 

대충 밥 먹고 쉬는거 합쳐서 10~12시간을 걷는 것이다.

에고... 어쩌겠는가.

돌아가는 것보다, 힘들더라도 앞으로 가는게 낫겠지하면서 다시 걸었다.


@ Hotel Amenal, Amenal


이제부터는 사실상 마지막 날 코스다.

마지막 날 코스를 오늘 땡겨서 걸으려니, 낼은 편하겠지 하면서 걸었다.

언덕길이 많았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이제 15km 정도 남았다.


@ from Pedrouzo to Monte do Gozo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는 도시가 그래도 갈리시아 지방에서 조금 큰편이라서, 

공항이 있다.

순례자의 길의 막바지에 그 공항을 우회하며 지나간다.


@ from Pedrouzo to Monte do Gozo


이제, 아마 10km정도 남긴 후부터는 남은 거리를 나타내는 이정표가 없어졌다.

이제 대충 막 걷는거다.

아래 비석은 공항 근처를 우회하면서 내려가는 곳인데,

이제 슬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와 많이 가까워졌다는걸 새삼 느끼게 한다.

내려가면서, 도로 옆 철조망에 나무가지 두개로 교차한 십자가들이 엄청 많다.

이것 또한 인위적이지만,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 from Pedrouzo to Monte do Gozo


언덕에 내려와서, 조그만 마을이 있었는데, 들르게된 바르 같은 곳이다.

콜라는 한잔 시켰다. 여기서 

공항가기전에 높은 언덕이 있는데,

올라가는데 너무 힘든데, 올라가는 길에서 쉬고 있는 스페인 아저씨에게 물을 얻어 마셨는데,

그 아저씨를 여기서 또 만났다.

(그리고 공항 언덕 위에서도 만났다.)


@ from Pedrouzo to Monte do Gozo


정말 거의다 왔나보다, 집 대문에 조개껍데기 마크가 신선하다.


@ from Pedrouzo to Monte do Gozo


정말 걸으면서 외로웠던 길이었다.

언제 알베르게가 나오나 계속 생각했다.

이 직선 길을 걸으면서, 언제 내가 얼마나 걸었나, 핸드폰으로 계속 체크를 했다.

많이 걸은것 같다고, 이제 곧 알베르게가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해서

핸드폰을 켜면, 얼마 걷지도 않았다.

아... 힘들다.


@ from Pedrouzo to Monte do Gozo


이 직선 도로를 계속 따라가다가,

코너를 도니, 마을이 나왔다. 내가 찾던 마을이 나왔다. San Marcos! 으아! 이제 곧 알베르게다.

너무 목이 말라, 자판기 물을 사서 먹었다.


드디어 도착한 Monte do Gozo!

여기가 유명한지는 나중에 알게됬다.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의 방문을 기념한 탑이다.


이때 는 몰랐는데, 여기가 언덕이라서, 여기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카테드랄이 보여,

막 감동하고 이런 곳이라고 한다;;

여튼 멀리서 카테드랄을 볼 겨를도 없었다. (보이는 지도 몰랐고, 하늘을 볼 생각도 못했다.)

너무 쉬고 싶었다.

알베르게로 직행했다.


@ Monte Do Gozo, Santiago de Compostela, Galicia, Spain


정말 큰 알베르게이다. 

마치, 울 나라에 강원도 이런데 있는 수련원 같다.

알고 보니, 최대 규모의 알베르게다.

순례자의 길을 걷는 사람 뿐만 아니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여행와서 순례자의 길에 있는 알베르게를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이기도 한 것 같다.


도착했다.

5유로 밖에 안되는 이 시설 좋은 알베르게에 머물게 됬다.

아... 오늘 정말 힘들었다.

언능 저녁을 먹고 싶었다.


@ Monte Do Gozo, Santiago de Compostela, Galicia, Spain


@ Monte Do Gozo, Santiago de Compostela, Galicia, Spain


언능 씻고, 정비를 좀 하고, 저녁을 먹기 전에,

내가 있는 건물에 한국말이 들렸다.

알고보니, 로비에 한국분들이 계셨다. 아주머니들이었다.

정말 반가웠다!


얘기를 나누면서, 당신들은 춘천에서 왔다고 하셨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여행을 왔는데, 순례자의 길을 경험하고자 여기로 왔다고 하셨다.

그래서 한국 신부님도 잠깐 만났다.

잠시 담소를 나누고, 나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내 위치에서 오른쪽 그리고 아랫쪽은 다 알베르게고, 가운데 큰 건물이 밥 먹는 곳이고,

카페, 바르 이런것들이다.

우와! 마지막 날 너무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 Monte Do Gozo, Santiago de Compostela, Galicia, Spain


저녁은 마치 급식소같았다.

밥에, 닭고기, 그리고 스파게티!

정말 배고팠다. 아침도 대충 커피랑 빵 한조각이고, 점심도 보까디요...

드디어 밥 같은 밥을 먹었다.


스파게티 소스는 거의 케쳡인데, 그래도 맛있다.

닭고기도 맛있고!

여유롭게 밥을 먹으면서 충분히 쉬며,

다시 숙소로 올라갔다.


@ Monte Do Gozo, Santiago de Compostela, Galicia, Spain


숙소로 가서 쉬는데, 한국인 아주머니가 날 찾았다.

나에게 컵라면과 많은 사탕과 초콜렛등을 주셨다. ㅠㅠ

처음엔 안받으려 했느나, 아주머니의 호의였기 떄문에,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국의 컵라면이라니! :)


오늘 정말 "인연"이라는 것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오늘 정말 빡시게 오버 페이스 했는데,

내일 5~6km 만 걸으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이라는 생각하니, 

너무 좋았다.


밤에 언능 침낭을 뒤집어 쓰고, 잠을 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