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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in & Portugal, '12

[순례자의 길][Day 3]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 - 리바디소(Ribadiso)

3rd Day, April 19 2013


세번째 날이 밝았다.

오늘은 일찍일어났다.

해도 뜨기전에 출발이다.

다행히 새벽에 비가 오지 않는다.


순례자 길의 시작은 보통 해가 뜨기전의 새벽이라,

보통 안전을 위해서, 전등을 가지고 다니기도 하나,

나는 역시나 준비가 덜되어 있기 떄문에

전등은 없다.

뭐 곧 해가 뜰테니까.


@ Buen Camino Albergue, Palas de Rei


'안녕! 팔라스 데 레이!"

서서히, 순례자 길에 대해서 적응하는 느낌이었다.

첫날, 예상보다 너무 늦게 출발한 순례자의 길,

그리고 생각못한 소나기,

그리고 노트북의 고장때문에,


"순례자의 길" 그 자체에는 집중하지 못했는데,

이제 슬슬 "그 길"에 집중하고 있다.


@ Palas de Rei


이제 또 도시에서 시골길로 간다.

시골길이라고 해도, 

순례자의 길은, 주변에 도로가 있어서, 간혹 위험할 수도 있다.

몸이 지치면 정신도 지치고, 정신도 지치면,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 Palas de Rei


@ Palas de Rei


이제 "바르(Bar)"가 나오면, 왠만하면 들렀다.

한 타임 쉬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했다.

그리고 도장도 찍고,


왠지 나중에 순례자의 길에 다시 오게 된다면,

왠만하면 내가 가는 코스의 스탬프를 최대한 모으고 싶다.

이것도 순례자의 길의 재미의 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 from Palas de Rei to Rivadiso


팔라스 데 레이에서 다음 목적지인 리바디소(공립 알레르게가 있음) 사이에

멜리데(Melide)라는 도시가 있다.

갈리시아 지방에 "뽈보"라는 문어 요리가 유명한데,

멜리데에서 그 요리를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해서,

중간에 이른 점심겸 뽈보를 먹으러 갔다.


뽈뽀는 한국인들에게 좀 인기 있는데,

쌂은 문어에, 고추가루와 올리브유를 뿌려서, 

매콤해서 한국인이 좋아한다고 한다.


사실 나는 기대보다는 맛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 Melide


멜리데에서 다시 시골길로 가기 위한 이정표다.

이제 대략 50km 정도 남았다.

내 루트에서 대략 반을 왔다.


@ Melide


평지도 걷고, 숲으로도 들어가고, 잠깐 마을로도 들어가고,

재미 있다.


@ from Palas de Rei to Rivadiso


@ from Palas de Rei to Rivadiso


살짝 언덕을 넘어 와서 내리막길로 가려는데,

한 아주머니가 소를 몰고 언덕을 올라간다.


@ from Palas de Rei to Rivadiso



@ from Palas de Rei to Rivadiso


약간 높았던 언덕에 도착한 후, 잠깐 쉬었다.

날씨도 다시 맑아졌다.

비가 오락가락하니까, 신발도 젖고,

때문에, 바지도 젖고,

우비, 가방에 레인커버가 있어도,

젖는다.

다만 많이 젖지 않을 뿐이지만ㅋ


아마 도시 생활을 하면 날씨에 대해서 무감각 해지기 마련인것 같다.

여행 오기전, 대학원 생활할 때는 더 심했다.

아침에 연구실에 들어가 밤에 퇴근하고,

바쁘면 하루 중 밖에 나가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언제 비가 왔었나 싶기도 하고,

여름때에도 에어컨 덕분에, 바깥 날씨에도 둔감했다.

퇴근하면 밤이라 열대야가 아니면 선선하기 때문이다.


여튼, 여행을 하고 길을 걷다보니, 날씨는 나에게 치명적인 존재가 되었다.

여행에서 날씨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이상인것 같다.


5주 동안 대략 마지막 2주도 안되는 일정만 날씨가 맑았다.

처음부터 3주 정도는 소나기에 흐리고, 맑거나를 반복했다.


그래서 5주간의 여행을 돌이켜보면, 안달루시아쪽부터 내가 느낀 느낌들이 좋았던 것 같다.


@ from Palas de Rei to Rivadiso



첫날에 순례자의 길을 시작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와서 구입한 검정모자

모자를 구입한 상점에 나올때, 벽에 서 있던 지팡이 하나.


그리고, 기억은 정확히 안나지만, 두째날 즈음에 주은 또 다르느 지팡이.

이 두개의 지팡이로 은근 도움을 받으며 순례자 길을 걸었다.


@ from Palas de Rei to Rivadiso


나는 순례자의 길 도중에 청바지를 입고 걸었다.

비가 올거라는 생각을 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순례자의 길이 내 여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였고, 그리고 일정의 초반부이기 때문에,

순례자의 길을 위해 너무 집중할 수 없었다.

바람막이라던지, 바지, 우비, 침낭 등등에 대한 준비는 나에게 부담이었다.

짐의 부피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순례자의 길 끝나면 필요 없는 물건이 되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순례자의 길을 시작하기 전에 인터넷을 막 검색해보니, 날씨가 좋아질 기미가 없다.

그래서 가장 얇고 작은 침낭을 순례자의 길 "D-1" 날에 마드리드 솔 광장에 있는 백화점에서 하나 산게 전부다.

상의는 슈퍼드라이로 버텼고,

신발은 등산화를 따로 가지고 가기 뭐해서, 

세미등산화를 가져갔다.

우비는 순례자의 길을 걷는 도중에 구입했다. 아마 두번 찟어져서 3번은 산것 같다...

5일 걷는데, 3번이나;;

애초에 좋은걸 사가야 하는 것 같다.


바지가 젖으니까, 누가 버린 우비를 잘라서 바지에 옷핀으로 고정했다.

이렇게 비를 피했다;;


@ from Palas de Rei to Rivadiso




@ from Palas de Rei to Rivadiso



이번 루트에서 가장 신경썼던 것은, 공립 알베르게로 가는 것이었다.

공립 알베르게가 5유로 정도 밖에 안한다. 

반면에 사립 알베르게는 10유로 정도이다. 

그런데 시설은 공립이 좋다고 한다. (왜지;)


여튼 여태 두번은 사립으로 갔기 때문에, 이번엔 꼭 공립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리바디소의 알베르게로 가기로 했다.

비오는 와중에 열심히 걷고 걸어, 언덕을 내려가는 중에 집이 보인다.

집이 길가에서 조금 멀리 위치했는데,

알베르게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가봤으나, 아니었다.

그래서 계속 걸어내려가니,

알베르게가 똭!


언능 들어갔다.

숙박을 한다니 5유로가 똭!

근데 좋다턴 공립 알베르게인데, 

생각보다 구린것 같아서 조금 당황했다.

뭔가 아주 옛날 집에 알베르게를 만든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래 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겉모양은, 마치 시골에 초가집 같은 것을 조금식 수리해서 만든 집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화장실이랑 샤워실도 멀고,


빨래하는 곳도 멀고,

소도 살고ㅋ

그래도 안에 들어가보니 나쁘지않았다.


@ Rivadiso



@ Rivadiso


리바디소로 오늘 길에, 내리막길에서 무리를 했다.

때문에, 내 몸무게와 짐의 무게가 모두 내 두 무릎으로 충격을 줘서,

걸을때 마다 무릎이 너무 아팠다.


내리막길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아파하니,

알베르게에 있던, 프랑스 인이였나.

이언이라는 아저씨가 죠기 아래에 보이는 멘소레담같은 걸 나에게 줬다.

자기는 필요 없다면서 말이다.


내가 아픈 상태는 아마 만약 프랑스의 길 처음부터 걸었다면, 

초반에 아팠을 것이고,

순례자의 길 막판에 몸과 마음이 다 적응했을터라,

더이상 필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런 간단한 약도 안챙겼었다;;

감기약 정도만 챙겼다.


사실 순례자의 길 두째날인가, 리바디소였을 땐가,

비속에 걸어서 그런지, 살짝 몸살이 와서,

침낭 덥고 푹자니 아침에 괜찮아 졌다.


비도 그렇고 당시 일교차가 심해서,

여행중에 잠깐 방심하면,

몸에 몸살이 잠깐 잠깐 왔는데,

이 때, 침낭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됬다.

살짝 몸이 안좋다 싶으면 침낭 덮고 이불 덮고 잤다.


여튼, 리바디소에서 쉬는데,

드디어 처음으로 한국사람을 만났다.

어느 아저씨였다.

아주 큰 베낭을 메고 걷고 계셨다.

이곳에서 머무르시나 싶었는데,

다음 알베르게로 간다고 한다.


물마시러 들렀다고 하는데, 이 때가 오후 4~5시 정도 였는데, 그 시간을 넘어

다음 알베르게로 간다니 정말 대단해보였다.


그리고 재미 있었던 것이, 

이언이랑 이 아저씨는 구면이었는데,

막 같이 술도 마시고 그랬나보다,

근데, 아저씨가 영어를 거의 못하셨다.


나도 잘 못하지만, 조금 도와드렸다.

근데, 사람이 대화는 통하지 않는데,

순례자 길에서 서로 통한다는게 정말 흥미로웠다.



순례자의 길에서 모든 순례자들은 동료였다.

나 아닌 다른 순례자를 지나갈 때 응원하는 "부엔 까미노,"

알베르게에서의 짧은 대화,

그리고 다시 길에서 만났을 때의 기쁨.

각자 걷는 페이스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고 하지만,


모든 순례자의 목표는 "산테아고 데 콤포스텔라"로의 순례길이기 때문에,

모든 순례자는 다 같은 동료로써 서로 응원하고,

도움을 주고 받고 한다.


5주간의 여행을 마치고, 

언제가 가장 재미있었나 돌이켜보면,

관광보다 순례자의 길이 떠올랐다.


보는 여행은 과정이 생각보다 재미 없는데,

순례자의 길은 과정이 너무 재미 있었기 떄문이다. 

사람간의 따뜻함이 남기도 했다.


@ Rivadiso


알베르게를 나와 바로 서쪽(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방향)으로 가면, 바르 하나가 있다.

오늘도 숙소에서 쉬고 있는데, 

어제 본 독일 할머니와 아주머니를 또 다시 마주쳤다.

리바디소에서 묶는다고 한다.

그리고, 저녁에 밥을 먹는데, 또 마주쳐서 또 합석하게 됬다.

사진을 보니 돼지 고기였다. 

너무 맛있었다.


기억으로 베를린인지, 프랑크푸르트인지에서 건축쪽 일을 하신다고 하셨다.

여튼 같이 사진 한장 못찍었던 것이 지금 돌이켜 보면 너무 아쉽다.


이놈의 소심한 성격이 참.. 너무 안좋다. ㅠㅠ


맛있게 식사를 하고, 언능 들어가 씻고 마무리를 짓고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다.


@ Rivadiso



@ Rivadiso


@ Rivadiso


@ Rivadiso


@ Rivadiso


@ Rivadiso


@ Rivadi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