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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in & Portugal, '12

[순례자의 길][Day 2] 포르투마린(Portomarin) -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

2nd Day, April 18 2013


두번째 날이 밝았다.

새벽에 일어나 언능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어제 걷다보니, DSLR을 가방에 넣으면 도저히 꺼낼 수가 없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다니려면, DSLR을 들고 다녀야 하는데,

비가와서 가방에서 뺄 수도 없을 뿐더러, 무거워서 목에 걸고 다니다 보면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노트북이 복구가 안되기 때문에,

메모리 카드에 대한 부담때문에, 중요할 때 빼고는 순례자길에서 DSLR로 사진찍기는 부담스러웠다.

(사리아에 갈때 야간열차를 타서, 메모리카드의 데이터를 노트북으로 옮기지 못했다.)


그래도 iPhone 4s로 많이 찍었다.

GPS 정보도 남기고, 화질도 그럭저럭하고, 편하고 해서 이번 순례자 길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여행에서

아이폰은 참 많은 역할을 했다.

(DSLR이 동영상이 안되는 기종, 50D여서, 동영상은 아이폰으로 찍었다.)


Portomarin은 강가 옆 도시로, 아름답다고 하는데,

어제 늦게 도착해서, 그리고 비도 조금 와서 많이 둘러보지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내가 순례자 길을 걷는 총 5일 동안 모두 비가 내렸다.


우기이기도 했지만, 2012년 봄에 유럽에 이상기온이라서 비가 더 내렸기 때문이다.

여튼, 다음 도시인 Palas de Rei로 향했다.


@ Portomarin


포르투마린(도시 == 마을...)에서 다시 시골길로 향한다.

89km 남았다고 한다.

어제 정말 많이 걸은것 같은데, 20km 정도 밖에 걷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많이 당황스러웠다.


여행 준비과정에서, 적응하면 다음 도시로 띄어 넘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었는데,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걷는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 Portomarin


순례자 길 걷는 중에 가장 맘에 드는 사진이다.

아침에 비때문에 젖은 바닥,

나무 지팡이

그리고 우비,

나는 이렇게 걷고 있었다.


@ from Portomarin to Palas de Rei


그리고 아침에, 

카페 콘 레체(Cafe con leche, 카페라떼) 한잔과 빵.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순례자의 일상은 대충 이렇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 (보통 해뜨기 전)

알베르게에서 나와 그날의 일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아침에 커피와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전날 싸온 간식을 순례의 길 중간 중간에 먹으며,

하루의 걷는 일정을 마친다.


하루에 대략 20~30km씩 걷는다.

20km는 대략 5시간 정도 걸으면 되는데, (물론 사람 마다 다르다.)

아침에 8시에 출발하면, 

오후 1시에 다음 도시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스페인은 오후 2시쯤이 점심 시간이라,


일반적인 순례자 길의 일정을 따르면, 

오전에 다 걷고, 다음도시에서 점심을 먹고, 정비 하다가

알베르게에서 사람들과 놀거나, 

도착 도시에서 쉬다가,

저녁(보통 순례자 메뉴)을 먹고,

이른 밤에 잠을 자는 것이다.


보통의 순례자의 일정이다.

따라서, 체력이 괜찮다면, 

오전에 걷고, 점심을 중간도시에서 먹고,

오후에 또 걸어, 저녁먹을때쯤 목표 도시에 도착하면,

대략 40km정도 걷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일정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


이거는 뭐 나중 얘기이긴 하지만,

4일째 되는 날, 목표로한 도시에 도착했는데, 알베르게를 찾다가 걷다보니,

알베르게를 지나쳤는데,

다시 돌아가기 싫어서 계속 앞으로 갔었다.

근데, 도시이외에도 중간 중간 알베르게가 있는데,

이 구간에는 없었다.

그래서... 10시간 넘게 걸어, (밥먹고 커피 마시고 이런시간 다 포함해서)

35km 조금 넘게 걸은 것 같다.


이 때, 정말 배고프고, 힘들었는데,

도착해서 조금 쉬고 보니, 내일 얼마 안가도 된다는 생각에 너무 좋았다.


@ from Portomarin to Palas de Rei


순례자 길을 걷는 중간 중간 나오는 노란 화살표는 정말 신기했다.

순례자 길을 혼자 걸으면서 내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고자 했었다.

내가 가야할 길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정말 생각하고 싶었다.


그런데, 순례자의 길은 이미 정해진 길이었다.

군대에서 누가 시키면 아무생각없이 했던 일들처럼,

순례자의 길에서 조차,

정해진 길에서 노란 화살표를 따라 나는 걷고 있었다.

다른 길을 걸을까라는 생각을 해도, 

위험부담감에 걸을 수가 없었다.


이게 뭔가 싶었다.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걷는게, 

내 자신에게 내 자신을 돌아 보는 시간을 더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걷고 걸었다.


총 5일 동안 걸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결국엔 5일 동안,

내 마음 속에 있는 답을 찾기란 너무 힘들었다.


@ from Portomarin to Palas de Rei


@ from Portomarin to Palas de Rei



@ from Portomarin to Palas de Rei


드디어 Palas de Rei에 도착했다.

아직 적응을 제대로 못했는지, 이번에도 또 알베르게 정보를 파악 안하고 도착해서,

아무 사립 알베르게로 가서 짐을 풀었고,

언능 씻고, 쉬었다.


그리고 오늘 걷다가 찢어먹은 우비를 다시 사러 갔다.

에휴...


조금 휴식을 취한 후,

이번엔 순례자 메뉴(Menu del Peregrinos)나 오늘의 메뉴(Menu del Dia)를 먹고 싶어, 

근처 레스토랑으로 갔다.


혼자 여행에서 레스토랑 가는게 뻘쭘해서 꺼렸는데,

순례자의 길에서 체력소모가 생각보다 심해서,

저녁을 든든히 먹고자 찾아갔다.


레스토랑에 혼자 두리번 거리는데,

구석 한 테이블에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앉아있었다.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는데,

자기 테이블로 오라고 한다.

나는 쑥스럽게 앉았다.


알고보니 독일에서 온 모녀지간이었는데, 작년에도 사리아 조금 전 부터 시작했는데, 

올해도 똑같은 코스로 또 왔다고 한다.


여튼, 시킨 메뉴는 생성스프, 소고기 스테이크 그리고 카페 콘 레체였다.

순례자 메뉴에 익숙치 못해서, 세번째를 커피를 시켰는데,

다음부터 와인을 먹는게 좋은것 같다. :)


갈리시아 지방은 서쪽, 북쪽면이 바다아서,

나름 해산물이 있다.

내일 Melide 라는 도시를 중간에 경유하는데,

여기서는 문어 요리가 유명해서 그걸 먹어야 한다.


여튼, 생선은 대구 같았는데,

생선스프는 처음 먹어봐서, 비릴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비리지 않고 담백하고 개운했다.


@ Palas de Rei



그리고 소고기와 감자!

감자는 배를 채우고, 

소고기는 맛으로 만족시켰다.


@ Palas de Rei


마지막으로 카페 콘 레체,

스페인와서 커피 먹으면 카페 콘 레체(카페 라떼)만(거의...) 마셨다.

양은 많지않치만, 부드러워 좋았다.


@ Palas de Rei


@ Palas de Rei


@ Palas de Rei


너무 맛있게 먹었다.

그래서, 너무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왔다.


@ Buen Camino Albergue, Palas de Rei


@ Buen Camino Albergue, Palas de Rei


@ Buen Camino Albergue, Palas de Rei


@ Buen Camino Albergue, Palas de Rei


걷는 도중 비가 너무 와서, 순례자의 여권이 조금 젖었다.

처음 받았을땐, 빳빳했는데...

너무 아쉬웠다.


걷는 중간에 알게됬는데,

100km 부터는 알베르게 사이에 도장을 적어도 두개씩 받아야 한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걸었는데,

다행히 적어도 두개의 도장이 있었다.


다행이었다.

이렇게 두번째 날이 끝났다.


@ Buen Camino Albergue, Palas de Rei